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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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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리옹역에서 출발한 TGV 열차가 프로방스로 들어서면서 만나는 첫 번째 도시가 ‘아비뇽 국제 연극제’로 유명한 도시, 아비뇽입니다. 하지만 ‘아비뇽의 유수’를 생각하지 않고 아비뇽을 지나갈 수는 없겠죠. ‘아비뇽 유수’는 프랑스 왕과의 권력싸움에서 밀린 로마 교황청이 1309년 통째로 옮겨와 68년 동안 이곳에 머물렀던 사건입니다. 그 기간 동안 아비뇽에서는 7명의 교황이 즉위했었고, 교황청과 함께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와 예술가, 건축가들이 함께 와서 예술작품과 저술활동을 하면서 아비뇽에 문화예술이 꽃피게 됩니다.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아비뇽의 북쪽에 위치한 교황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비뇽에 가면 또 하나 꼭 봐야 할 것이 코튼 뒤론 지역의 첫 포도 수확 축제와 아비뇽 다리입니다. 햇살 좋은 코트 뒤론 지역의 포도주는 보르도, 부르고뉴 포도주와 함께 많은 이들이 좋아합니다. 흔히 보르도 와인을 강한 남성에 비유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코트 뒤론 포도주를 여성에 비교합니다. 프랑스의 아이들이라면 모두 배우는 <아비뇽 다리 위에서>라는 동요에 나오는 아비뇽 다리는 교황청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 밖에 있는데, 본래 이름은 생 베네제 다리입니다. 12세기 경, 양치기 소년 베네제가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혼자서 돌로 쌓았다고 전해지지만, 17세기 말 론 강의 홍수로 인해 절반가량이 떠내려 가고 지금은 그 근처에 4개의 교각과 생 니콜라 예배당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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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를 좀 더 느껴보고 싶다면, 소르그 강 인근에 서는 벼룩시장이나 전통시장에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침이면 신선한 채소와 바게트를 구하러 나온 동네 주민들과 시장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데, 이곳에서는 지역 음식에 많이 사용되는 가지, 호박, 피망, 감자 등의 싱싱한 채소, 올리브, 꿀, 누가와, 라벤더 그리고 장신구, 각종 생필품 등 프로방스의 생활을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마르세유, 2600년 역사의 항구

프랑스 최고, 최대의 항구도시 마르세유는 이국적 세계,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가는 관문입니다. 항구에 촘촘히 정박해 있는 호화요트 군단과 옛 부두의 해산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참치, 각종 신선한 해산물들은 이 곳이 지중해의 중심 항구임을 은연중 말해줍니다.

마르세유에서 2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이프 섬에 갈 수 있습니다. 이곳은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 배경이 된 곳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갇혀 있던 섬입니다. 이프 섬의 성은 마르세유 항구를 스페인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군사 요새였지만 나중에는 실제로 수많은 정치범과 기독교인들이 수감되는 감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마르세유 항구를 볼 수 있는 방향에 있는 감옥 방은 지체 높은 수감자에게 배정되고, 창 하나 없어 볕이 들지 않는 곳은 힘없고 돈 없는 수감자들 차지였다고 합니다.

니스(Nice), 해변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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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에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니스는 칸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Cannes)과 함께 지중해 연안의 코트다쥐르 지방의 중심도시입니다. 니스 해변을 따라 가면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당장에라도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만큼 아름답고 이곳에서 만나는 지중해의 푸르름은 말그대로 ‘쪽빛’입니다. 아쥐르(Azur)는 프랑스어로 ‘진한 푸른색, 쪽빛’을 뜻하는 말입니다.

쪽빛 리비에라 해변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고급 호텔들과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프로므나드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 온갖 색의 파라솔과 비치데크들, 밤늦도록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눈요기거리가 됩니다. 산책로 끝에서 만나는 마세나 광장에서는 음악 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돈을 받으면 조금씩 움직여 살아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진짜 같은 길거리 사람 동상들도 볼 수 있습니다.

기차여행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니스 역에서 지중해를 따라 이탈리아 방향이나 마르세유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도 좋습니다. 마르세유 방향의 기차는 니스에서 출발하면 칸, 틀롱, 마르세유를 거쳐 아를과 아비뇽을 지나게 됩니다.쉬지 않고 이어지는 아름다운 철로변 풍경은 굳이 어느 도시에 내리지 않아도 프로방스를 충분히 느끼게 할 만큼 다양하며, 생동감이 넘칩니다.

※ 위 내용은 『프랑스어 무작정 따라하기』에서 발췌했습니다.



프랑스어 무작정 따라하기
이명은 지음
프랑스어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번에 OK!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바다와 산지, 평야 지역 등 다양한 자연환경과 함께, 각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방스 지방은 로마제국의 흔적부터 수많은 역사 유적들이 산재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지중해와 닿고 동쪽으로는 알프스 산맥을 접하고 있어 독특한 지방색을 자랑합니다. 프로방스는 프랑스의 남서지방에 해당하는데, 서쪽으로는 론 강의 좌안 안쪽부터 동쪽으로는 이탈리아와의 국경까지의 지역을 일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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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프로방스의 라벤더 들판, http://en.wikipedia.org/wiki/File:Lavender_field.jpg)

매년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칸 영화제가 열리는 칸, 해변 도시 니스, 2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항구도시 마르세유, 유명인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여름 바캉스를 지내는 휴양지 생 트로페즈, 교황이 프랑스 왕의 권위에 눌려 지내던 아비뇽 등 매력 넘치는 도시를 아우르는 곳이 프로방스 지역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지중해성의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문화적 자산들 때문에 프랑스 자국민들도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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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배경

프로방스라는 명칭은 로마제국 시대에 이 지역을 프로빈키아라고 부른데서 유래하지만, 프로방스 지역의 대표 도시 마르세유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식민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지역은 피핀 왕 시기에 프랑크 왕국의 일부로 편입되었으며, 중세에는 아라비아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지배가 실제적으로 끝난 후에도 프로방스는 영주와 왕들의 이해관계와 결혼에 따라 이리저리 편입되는 운명을 겪습니다. 12세기에는 프로방스 백작령이 되었다가, 1481년에 와서야 프랑수아 1세에 의해 왕령이 됩니다. 중세 프로방스 지역에서 쓰던 프로방스어는 음유시인 트루바두르들에 의해 연애를 주제로 한 서정시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십자군 원정 이후에는 급격히 쇠퇴하여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프로방스 지역은 1274년부터, 아비뇽은 1348년부터 1791년 프랑스에 다시 귀속되기까지 교황령이었습니다. 프랑스 왕령이 된 이후에도 17세기 전반까지는 지방 3부회가 강해서, 상당한 자치권을 누렸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르세유에서 올라오던 의용군들이 부른 노래는 훗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가 되었습니다.

예술적 영감의 장소, 프로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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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를 중심으로 한 프로방스의 풍경은 우리나라 시골의 여름 풍경과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그것은 마르세유 출신 작가 마르셀 파뇰의 작품에 잘 묘사되어 있는데, 그의 작품들이 들려주는 ‘고향’이야기는 프로방스의 숨겨진 얼굴을 보여주는 비밀의 열쇠가 됩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 4부작 <아버지의 영광>, <어머니의 성>, <비밀의 시간>, <사랑의 시절>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작품들은 연극으로도 유명한데 그중 처음 두 작품은 <마르셀의 여름>과 <마르셀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마농의 샘>도 영화와 소설로 만날 수 있을 만큼 파뇰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가입니다.

프로방스는 전 서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상파 화가인 모네, 마네, 세잔, 고갱 등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국적 세계인 아프리카로 가는 관문 마르세유 항구, 강렬히 빛나는 태양 아래 향기를 뿜어내는 라벤더와 흐드러지게 벌판을 덮고 있는 해바라기, 차가운 겨울 바람, 미스트랄이 간간히 불어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등 화가들의 창작욕을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가득합니다.

※ 위 내용은 『프랑스어 무작정 따라하기』에서 발췌했습니다.



프랑스어 무작정 따라하기
이명은 지음
프랑스어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번에 OK!